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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순자산을 키워가는 가정경제를 이루자
DATA 17-10-09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해운회사의 부도와 청산절차, 대기업 조선사들의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보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느꼈지요. 

기업에서는 [자산 = 부채 + 자본] 으로 분류합니다. 부채 역시 회계적으로는 자산에 포함이 되는 거지요.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받다가 구제책이 없다면 파산을 하게 됩니다. 주식과 채권은 거의 휴지 조각이 되면서 상법상 청산되고 맙니다. 하지만 가정은 그럴 수 없습니다. 가정은 혈육이고 생명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정경제는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가정경제 현장에서 상담을 해 보면 실제로 본인 가정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제법 괜찮은 소득과 투자이익을 보면서도 그만큼 씀씀이가 커지거나, 또 다른 부채로 무리한 투자를 반복하며 외형상 자산은 커지지만 부채도 함께 늘어나면서 정작 순자산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가정경제를 위해서 꼭 한번 해 볼 것은 우리 가정의 순자산 파악하기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넓은 백지에 큰 모양의 T 자를 그리고 왼쪽 위에 자산오른쪽에는 부채라고 적습니다. 그래서 자산에는 첫 번째로 부동산 항목을 적고 주택 등 부동산 시세를 적어봅니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경우라면 임차보증금 이라는 항목으로 적으면 됩니다. 갖고 있는 예금 적금 등의 총액을 예금자산이라고 적고, 주식이나 펀드가 있다면 투자성자산으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사용자산이라는 항목으로 현 시세를 감안해 적어봅니다.

 

오른쪽 부채항목에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의 항목으로 적어봅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할부원금 등 미결제잔액을 확인해서 부채항목에 기재를 해 봅니다. 내집을 전세로 내어주고 있다면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임대보증금입니다. 내 주어야 할 보증금이기에 부채 항목에 기재를 해야겠지요. 이렇게 양쪽에 자산과 부채를 어느정도 적었다면, 각각의 합계를 맨 아래 적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른쪽 부채합계액 밑에 순자산총액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금액을 적으면 됩니다. 6개월에 한번씩은 순자산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월 저축을 하거나, 꾸준히 빚을 갚고 있다면 순자산금액은 늘어나겠지요. 이렇게 주기적으로 순자산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가계부를 쓰는 것도 더욱 힘을 발휘하고 가정의 재무목표도 명확해집니다. 가정경제의 활력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가정경제 상담의 현장에서 제가 자주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가정경제를 이루자”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다가정경제의 순자산을 키워가자는 제안입니다. 나라경제 세계경제는 불안해도 가정경제 만큼은 건강한 체력을 갖추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순자산을 점검하는 것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입니다. 특히 중노년 세대일수록 소득은 줄어들고 재테크로 큰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개인과 가정의 자원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산은 현상적인 상황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자원은 내재적으로 우리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 입니다. 자산이 많지 않아도 검소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경제자원이고, 자식농사 잘 지으신 장성한 자녀들도 귀한 자원입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일 할 수 있는 열정과 건강이 있다면 그것도 자원이고, 평생의 배필로 곁에 있어준 아내도 무엇보다 값진 인적자원입니다. 정년퇴직 후 찾아온 낯선 여유도 내게 주어진 시간자원일 것이며, 작지만 저렴한 임대료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임대아파트의 안락함과 지역 복지시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도 어떤 이에겐 좋은 주거환경자원 일 것입니다. 행여나 자산이 적다고 주눅 들지 마시고 스스로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는 고금리, 오늘은 저금리, 이제는 지키리입니다. 수고로운 삶으로 이뤄 온 자산과 자원을 함께 지키고 키워가시는 이 땅의 보통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박 상 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연구소장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